산에 가보면 시원스럽게 잘 자란 나무들이 많다. 훤칠한 키에 곧게 뻗은 모습이 보기에도 참 좋다.
마을 입구에 서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는 바라보기만 해도 얼마나 정겨운가. 또 봄가을에 과일을 주렁주렁 달고 선 나무는 얼마나 사람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가.
해가 바뀔 때마다 먼저 와 봄소식을 알려주는 산수 나무나 목련 나무는 얼마나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가.
그런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내가 만약 저 많은 나무 중에 한 나무라면 나는 지금 어떤 나무에 해당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.
나무마다 다 있어야 할 제 자리가 있고 크기가 있는 것인데 자신이 짐 질 수 없는 것을 욕심낸다고 욕심만으로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.
내가 부족한 나무면 부족한 대로 거기 서서 뿌리내리고 꽃피우며 그늘을 이루어 주면 되는 것이다.
이 세상 모든 나무가 다 높은 하늘을 향해
올라가기만 하는 나무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./도종환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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